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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주전 쯤, 할아버지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종로의 한 공원에 1-2만 원을 받고 성을 제공한다는 속칭 '박카스 아줌마' 실태를 취재하려고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종로구청을 포함해 공원 관리와 성매매 단속 권한이 있는 유관 기관에 열심히 물어본 결과, 박카스 아줌마가 자주 출몰하는 시각이 오후 4시부터 저녁까지라는 것. 중국 동북 3성에서 온 조선족 여성이 부쩍 늘었다는 것. 이전과는 달리기 노골적인 접촉은 하지 않고 팔짱 정도의 스킨십을 한 뒤 근처 여관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것 등등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취재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 중간에서 접었습니다. 일단 아무리 몰래카메라를 쓴다고 해도 여관방 안에서 이뤄지는 은밀한 행위를 잡아낼 도리가 없었고, 여관 앞까지 쫓아간다고 해도 연인사이라고 말하면 도대체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또 이마에 '성매매 합니다!' 하고 떡하니 써 붙인 것도 아니어서 방송뉴스에 필수적인 생생한 그림과 인터뷰를 잡아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능력의 한계를 느끼며 아쉬워하던 차, 복지부에서 노인의 성생활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한 보도 자료를 냈습니다. 그동안 노인의 성 실태는 '죽어도 좋아' 라는 영화나 여러 언론을 통해 알려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첫 조사를 한 겁니다.

처음으로 실시되는 조사의 경우 대부분 뉴스를 통해 내보내지만, 이 자료 역시 결국 몇 줄짜리 단신에 그쳤을 뿐 8시 뉴스에는 방영되지 못했습니다. 굳이 핑계를 찾자면 자료에 나오는 여러 사례를 카메라 앞에서 말해줄 노인을 찾지 못했고, 성 기구 사용을 포함해 어린 아이도 시청하는 방송 뉴스 특성상 다루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뒤늦게나마 취재파일을 통해 함께, 또 자세히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7달에 걸쳐서 진행됐습니다. 65세 이상 노인 500명이 대상이었는데, 가장 먼저 성생활을 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전체의 66.2%인 331명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노인 3명 중 2명은 성생활을 한다는 이야깁니다. 사실 노인들이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의미입니다. 결코 망측하다거나 흉볼 일이 아니죠.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습니다. 성 매수 여부를 대 놓고 물으면 제대로 대답할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장소를 묻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조사를 했는데, 최소한 전체 응답자의 35.4%인 177명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한 겁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성 매수 경험이 있는 노인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80명이 성매매 시 콘돔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자연스레 성병 감염으로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성생활을 하는 노인들 가운데 성병에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이 122명, 36.9%로 조사됐습니다. 성병의 종류로는 임질이 61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요도염이나 질염, 사면발이, 매독 등의 순서였습니다. 성명의 종류를 알지 못한다는 노인도 19명이나 됐습니다.

성인용품 사용 부분에서도 문제점이 발견됐습니다. 성생활 하는 노인 중에 성인용품을 구입해 본 적이 있는 노인은 19.6%인 65명. 남성용 자위 기구를 산 노인이 16명이었고, 무허가 진공음경흡입기도 마찬가지 숫자였습니다. 성인용품, 당연히 살 수도 있습니다. 손가락질 받을 행동이 아니죠. 그런데 대부분 전단지 등을 통해 알음알음 사다 보니 냄새나 재질이 이상하고 고장이 잦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기능 향상 의료기기도 비슷했습니다. 노점이나 무료 체험을 해주고 기기를 파는 방문판매 등을 이용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수가 무허가 제품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고 있었습니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구입과 경로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성 생활하는 노인 중 발기부전 치료제를 구입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모두 168명. 그 어떤 문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숫잡니다. 331명 가운데 168명이니까 50.8%, 둘에 하나는 사 봤다는 거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당연히 제대로 된 약을 먹었는지 여부입니다. 하지만 약국에서 산 사람은 86명에 불과했고 절반에 해당하는 나머지가 노점이나 전단지 등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구입 동기도 문제가 됐는데, 발기부전 치료를 위해 산 사람은 오직 34명뿐이었고, 호기심이나 성기능 향상을 위해 산 사람이 대다수였습니다. 정식 절차를 거쳐서 약을 사는 것도 아니고, 성기능에 문제가 없는데도 먹는다니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 조사 결과를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노인의 성에 대한 가이드북을 제작해 노인 밀집지역을 돌며 성교육을 하고, 노인시설 종사자 등을 상대로 교육을 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노인 성문제가 결코 해결되지 않습니다.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80세. 누구는 일찍 사망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는 한 세기를 사는 게 어렵지 않아졌습니다. 자연스레 노인이 돼서도 건강하게 성행위를 할 수 있게 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의학기술이 발달하면 할수록 더욱 그렇게 되겠죠.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면 성기능이 약해질 수 있어도 성욕은 나이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죽어도 좋아'라는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사람들은 충격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다들 '노인이 웬 성생활?'이라는 생각이었던 거죠. 이런 편견이 노인들의 성적 욕구를 자연스레 표현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 등을 대면서 사회적으로 금욕을 강제해 왔던 것은 아닐까요?

솔직히 고백하면 저도 노인들의 성생활이 아직은 조금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생각을 바꿔나가려고 해요. 노인들, 우리 사회의 어르신들이 더 이상은 남모르게 고민하고, 그 때문에 생기는 안 좋은 일들로 고통 받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원본출처 :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066959

2012/01/18 11:03 2012/01/18 11:03

http://www.ilovebururu.kr/trackback/356

  1. 대긔
    2012/01/19 09:48 [Edit/Del] [Reply]
    사회 복지를 공부하면서 관심이 많았던 분야였는데 관련자료도 너무나 부족하고 점점 음지로 들어가는거
    같아 아쉬울 따름입니다. 노인과 장애인 의 문제 .. 비록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겠지만 사회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좋지 않으니 제도적으로 우선 개선이 되야 하고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야 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부르르 여러분들이 발벗고 나서 주셔야 할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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