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연애가 고달픈 언니들을 위한 지침서-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늦은 토요일 오후였다.
그날따라 늦잠을 잤고 일어나니 문득 배가 고파진 나는 집 근처의 카페로 달려가서 치즈 베이글과 커피를 마시며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다. 물론 혼자 갔기 때문에 노트북과 간단한 읽을거리를 챙겨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도무지 노트북으로 뭘 하기도 책을 읽기도 곤란했다. 그 카페에는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는 여자들이 너무 많았고, 문제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퍽 재미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책을 펴놓고 읽지는 않으면서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쪽 테이블도 그렇고 저쪽 테이블도 그렇고, 그녀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연애에 관한 것이었다.
이미 하고 있는 연애에 대한 상담들도 오갔고, 아직 연애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어떤 남자를 만나고 싶다는 소망 어린 바람들도 난무했다. 남자들도 여자 얘기를 하긴 하지만 여자들처럼 디테일 하게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상담하는 자와 상담을 받는 자의 이야기 빈도는 약 7:3 정도. 하지만 여자들은 거의 이 비율이 4:6 정도이다. 즉 상담을 받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이야기와 조언을 해 준다. 그러니까 뭐든 연애에 관한 문제 하나가 던져지기만 하면 여자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이런저런 사례들과 자신의 경험담. 그리고 최근에 읽고 도움을 받은 연애서까지 등장하는 것이다.

내 왼쪽에 자리한 테이블에서 오가는 얘기가 짐짓 심각했다.
그녀들은 모두 연애를 이제 막 마쳤거나 혹은 연애 상대를 찾는, 그러니까 상담자도 따로 없고 조언자도 따로 없는 경우였다. 그러는 와중에 책 한 권이 거론되었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 라는 책이었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전략이었다고? 나는 잠시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것을 중단하고 그 책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했다.

신데렐라는 다들 알다시피 언니와 계모들에게 구박을 당하는 예쁘고 착한 여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왕자님이 주체하는 파티가 열린다. 신데렐라는 언니들과 마찬가지로 파티에 참석하고 싶다. 하지만 신데렐라의 어원이 재투성이 아가씨인 만큼 그녀에게는 입고 나갈 변변한 드레스가 없다. 그러자 요정이 나타나서 그녀에게 아름다운 옷과 마차와 마부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한 가지 약속을 받아낸다. 12시 종이 치기 이전에는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고, 그 모든 마법은 다 풀려버릴 것이라고. 그러나 딱 한 가지 유리구두만큼은 진짜이니 변하지 않는다고. 신데렐라는 호박이 변한 마차를 타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파티장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단박에 왕자의 호감을 사게 된다. 둘은 계속 춤을 춘다. 그러다가 신데렐라는 그만 12시 종이 울리는 것을 듣게 된다. 이 모든 마법이 사라지는 시간. 그녀는 다급하게 파티장을 떠난다. 그러면서 유리구두 한쪽을 떨어뜨리게 된다.

이후 이야기는 다들 알다시피 그 유리구두 한쪽을 갖고 왕자가 그녀를 찾아 나서게 되고 마침내 신발의 주인인 신데렐라를 만나서 결혼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왜 모든 것들은 다 가짜이자 마법인데 하필 유리구두만큼은 진짜였을까? 어째서 요정은 그녀에게 진짜 드레스나 진짜 목걸이 대신 유리구두를 선물한 것이었을까? 그것은 그녀가 허겁지겁 파티 장소를 떠나면서 흘리고 올 만한 가장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요정의 진짜 선물을 어쩌면 호박을 마차로 변신시키고 생쥐를 마부로 바꾸고, 초라한 옷을 화려한 드레스로 바꾸어 신데렐라를 파티장으로 보낸 것이 아닌, 그 유리구두 한 짝인지도 모른다.

만약에 요정의 마법이 새벽 2시건 3시건 유효했다면 어땠을까? 신데렐라는 그 시간까지도 왕자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쉬움이 없다. 첫 만남부터 너무 오래 데이트를 하지 말라는 것은 이쪽 세계의 불문율이다. 아무리 좋아도 ‘오늘은 여기까지’ 라며 새침하게 말 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면 남자는 아쉬움이 없이 모든 것이 충족이 될 경우 그만 마음을 푹 놓아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들은 쉬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전의식 쟁취 이런 것들은 남자들의 특징이다. 따라서 신데렐라가 왕자가 흡족해할 때까지 같이 있었다면 과연 그 왕자는 신데렐라를 찾아 나섰을까? 아니다. 분명 다음 파티를 열어서 신데렐라보다 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을 찾았을 것이다.

동화책에는 신데렐라가 급히 떠나느라 유리구두를 흘렸고 미처 그것을 주울 만한 시간이 없었다고 나온다. 하지만 늘 일만 하고 집안에서 구박만 받던 신데렐라가 정말 똑똑한 여자였다면 그녀는 아마 부러 유리구두를 흘리고 그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즉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정보를 하나는 흘려야 하는 것이다. 파티장에서 만난 근사한 남자에게 명함을 건네듯, 혹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말하듯. 여자들은 그 남자가 다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을 다시 찾을만한 여자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정보를 제공해준다. 만약 다시 찾는다면 그는 당신에게 반한 것이고, 정보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단지 그 자리에서만 즐거웠을 뿐. 당신은 다시 만나고 싶은 여자는 아니라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저런 상상을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커피까지 리필을 해서 천천히 마신 다음 나는 서점으로 향했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는 전략이었다는 책을 사기 위해서.
과연 책에는 온갖 사례들과 그 사례에 따라 그녀들이 해야 할 행동 지침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여느 연애서 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나는 제목에 너무나 끌렸었다.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전략이었다는 것을 누가 생각이나 했을 것인가. 기자 출신답게 번뜩이는 글재주와 이리저리 돌려 말하지 않는 직설 화법이 시원시원한 책이었다. 
책의 부제는 갖고 싶은 남자를 갖는 법이다. 이 얼마나 확실한 명제인가. 갖고 싶은 남자를 진짜로 가지게 되는 것. 그것은 모든 여자들의 로망일 것이다. 남자 또한 마찬가지다 갖고 싶은 여자를 가지게 되는 것.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 로망 하나를 가지고 연애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갖고 싶었다고 생각했던 여자가 실은 별로였다든지 아니면 갖고 싶은 여자였지만 끝내 가지지 못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해서 갖고 싶은 남자를 가지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갖고 싶은 남자를 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싶은 남자를 먼저 찾아내는 것이다. 어쩌면 그게 가장 어려운 문제인지도 모른다. 일단 남자가 있다면 책들은 도움이 된다. 이런저런 전략을 구사하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어느 정도의 성공은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책들이 결코 도움을 줄 수 없는 부분은 바로 갖고 싶은 남자를 찾는 것이다. 책의 어디에도 괜찮은 남자들의 프로필과 연락처 혹은 그들이 자주 출몰하는 장소 같은 건 적혀있지 않다. 그러니까 이런 책들은 일단 갖고 싶은 남자가 생겨야만 그 소용 가치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길을 가다가 혹은 커피를 마시며 친구를 만나다가 괜찮은 이성들을 마주치게 된다. 하지만 그 모든 괜찮은 이성에게 말을 걸 수는 없다. 특히 여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남자들이야 절반의 치기와 절반은 아님 말고 정도로 생각하며 처음 본 여자에게 말을 걸 수 있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그녀들이 정말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단 마음에 드는 남자를 찾는 일이다. 그리고 그 남자에게 접근을 하고 마침내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그 다음에 진행되어야 할 일이다.

갖고 싶은 남자를 찾을 것. 그것이 바로 이런 책들을 읽기 전에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이 수많은 남자들 사이에서 자신이 갖고 싶은 남자를 찾는 것. 어쩌면 그게 연애에 있어 가장 어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여성 연애칼럼니스트, 방송인, 자유기고가

 

 

 

2010/02/19 09:09 2010/02/1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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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24 10:45 [Edit/Del] [Reply]
    코스모폴리탄 에디터 곽정은 씨로군요. 어디서 이름을 들어봤다 했더니.
    저희 부르르에서 제품을 직접 구매하셔서 리뷰와 섹스칼럼을 올려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전화를 걸어 앞으로 그런 정도의 협찬이라면 언제든 말씀하시라고 했었죠.
    이렇게 책까지 낸 미인이실 줄이야~ ㅋ
    (미인인 건 도서검색을 해보고 알았음. 얼굴 되는 사람들은 책 표지에 얼굴을 까는 트랜드가 있는 거 아시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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